LA에 산다

곰사냥길에 동행하다 2

beegee1 2020. 9. 19. 01:16

총알이 급소를 빗겨 가자, 다급해진 곰이 재빨리 나무를 훑어 내려 온다.  그러나,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가이드들이 권총을 꺼내 연속 사격을 가한다.

  간혹 리더가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듯 사냥개 소리가 지척에서 들린다.
그러나 산넘고 물건너라고 했던가, 깊은 계곡이 가로 막는다. 계곡을 가로 질러 비탈을 기어오르니 갑자기 바로 눈앞에 사냥개와 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사냥개에게 한나절이나 쫓기다가 마지막 도피처라고 택한 것이 나무 위,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곰은 쭉 뻗은 나무를 20여 미터나 올라가 있다.

  사냥개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지녔다는 영국산 개(Red tick blue tick) 다섯 마리와 가이드 두 명이 나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두 마리는 나무 밑둥에 앞발을 걸치고 계속 위를 보고 짖고, 세마리는 주변을 오가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수가 리더의 지시에 따라 자리를 잡고 36구경 윈체스터 라이플을 어깨에서 내려 조준경을 조절하는 사이, 기자는 재빨리 사진 찍을 위치를 찾아 배낭을 내려놓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카메라를 들어 곰을 들여다 보며 숨을 고르는데, 순간 너무도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곰이 나무를 훑어 내려 오기 시작한다. 이게 아닌데, 그러나 어쩌랴. 미처 노출을 정할 사이도 없이 연속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한 순간에 곰은 밑을 지키고 있던 사냥개들을 이끌고 낭떠러지 아래로 사라진다. 가이드들도 갑작스런 상황인듯 투덜대며 뒤를 따른다. 사수가 조준경으로 들여다보다가 곰이 내려올 기미가 보여 방아쇠를 당겨 버린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현장에 도착하면, 서두를 일이 없단다. 보통 대치상황이 한 시간 이상씩 이어지게 마련이어서 차분히 사수가 위치를 정하고 리더는 일격에 숨이 끊어진 곰이 아래로 떨어져 사냥개나 가이드들을 덮치지 않도록 가이드와 사냥개의 위치를 뒤로 물린다. 

  실제로 작년 워싱턴주 원정사냥에서 평지에서 마주친 곰을 가이드가 쏘라고 하는데도 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곰이 도주하면서 사냥개를 앞발로 후려쳤는데 수술비만 3천 달러가 들었단다. 낭떠러지를 따라 내려가니 나무며 바위 여기저기 선혈이 낭자하다. 사수로부터 두 발을 맞고 다시 가이드의 권총에 한 발을 맞았으니 멀리 가지는 못할 것이다. 아래 계곡에 다다르니 곰은 조그만 폭포 옆의 바위 틈새에 들어가 꼼짝하지 않고 있다. 
 

  갑자기 튀어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장면을 찍으려고 가이드옆 바위 위로 올라가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가이드는 “스틸 얼라이브, 겟백!” 이라며 긴장된 표정으로 소리친다. 자리를 잡겠다고 둘러보다 보니 근처 바위 위에 마지막 몸부림으로 자신도 모르게 빠져 나왔을 누런 배설물이 핏자국에 섞여 있다. 잠시 애처롭다는 생각이 스친다. 곧 이어진 가이드의 확인사살을 끝으로 한나절을 이어 온 긴장 상황은 종료된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절경이 따로 없다. 작은 폭포들이 3단으로 이어지는 차갑고 맑은 물이 자그만 소를 이루고 있어 혹시 이름이 있냐고 물으니 ‘숨겨진 폭포’란다.  타는 목마름과 허기를 차가운 옥수로 가시고 목덜미의 땀에 절은 흙먼지를 씻어 낸다. 

  한숨을 돌리는 사이 가이드들은 곧바로 곰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익숙한 솜씨로 가죽을 벗겨 내더니 배를 갈라 웅담과 간을 꺼낸다. 그리고 가죽과 살, 두개골을 가이드가 배낭 가득히 짊어지고 사냥개를 이끌고 갔던 길을 되짚어 나온다.

  사냥꾼이 제 총도 버리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그 길을, 1시간30여분을 걸려 간 길을 2시간30여분 걸려 돌아왔으니 그 고단했던 길은 말해 무엇하랴.

굴 속에서 죽은 곰에다 밧줄을 묶어 끌어내고 있다.
돌아 가는 길은 멀기도 하다. 목표도 이룬 데다 하루 종일 험준한 산을 오르 내려 베테랑 가이드들도 다리가 풀렸다. 

   ***곰사냥을 하려면

  곰사냥 시즌은 사슴 사냥과 함께 9월 셋째주 토요일부터 시작돼 그해 말일까지 계속된다. 곰사냥을 하려면 일반 사냥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해야 한다. 올해(2020년)는 10월 10일부터 12월 27일까지인데, 정확한 날짜는 지역(Zone)마다 다르다.

  연중 아무 때나 구입할 수 있는 라이선스의 비용은 16세 이상 캘리포니아 거주자는 1년 짜리가 51.02달러, 타주 거주자는 178.20달러, 16세 이하는 16.53달러, 당일 라이센스는 24.33달러이나 타주 거주자만 살 수 있다. 1년 라이센스는 7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유효하다. 
  여기에다 곰사냥용 베어 태그(Bear Tag)를 별도로 신청해야 된다.  12세 이상의 사냥 면허가 있는 사람만이 신청할 수 있는데, 캘리포니아 거주자는 49.42달러, 타주에 사는 사람은 315.95달러를 내고 가주 수렵국(Department of Fish and Game)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베어 태그는 1년에 1인당 1장만 살 수 있다. 이외에 엘크, 사슴, 앤틸롭, 빅혼쉽, 멧돼지, 오리 등 다양한 대상에 대해서 태그를 따로 판다. (가격은 2020년 현재)

  사냥에 앞서 수렵국 직원으로부터 베어 태그에 허가 스탬프를 받아야 하며 곰사냥 시즌이 끝난 후에는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베어 태그에 있는 리포트 카드를 작성해 제출하거나 우편을 통해 보내야 된다. 
곰사냥은 주로 세코이아와 북가주, 캐나다 등지에서 한다.
  어른 곰은 어느 종이나 잡을 수 있지만 어미 곰이 새끼곰(50파운드 이하)과 함께 있을 경우에는 잡을 수 없다.  또한 먹이나 미끼를 이용해 곰을 유인할 수 없으며 쓰레기통이나 캠핑장 4백 피트 반경 내에 있는 곰을 잡는 것은 엄격히 금지한다.
  곰을 사냥한 후에는 10일 이내에 곰을 두개골을 수렵국 지역 사무소를 방문해 제출해야 된다.  수렵국은 이로써 어떤 종류와 성별의 곰이 잡혔는지를 확인해 다음 해에 발행할 태그 숫자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