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가봤니?...미국

미 해병 훈련소를 가다

beegee1 2020. 9. 18. 05:30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캠프 펜들턴 해병대 기지(Marine Corps Base Camp Pendleton)

"The West Coast's Premier Fleet Marine Force Training Base"

2003년 3월 20일 미군과 영국군이 합동으로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2차 이라크 전쟁이 발발해서 지난 2011년 12월 15일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공식 선언함으로써 표면적으로는 전쟁이 끝이 났습니다.

1차 이라크전으로 불리기도 하는 걸프전 종전(91년 4월)이후 국제사회로부터 불법적인 대량 살상무기(WMD)를 보유하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오던 이라크가 이웃인 쿠웨이트를 침공, 아랍 세계로부터도 위험한 존재로 인식됩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여론에 못 이겨 급기야 유엔무기사찰단(UNSCOM)을 수용, 1998년까지 250여 차례의 현장조사를 받았고, 이 기간동안 48기의 장거리 미사일, 690톤의 화학무기 원료 등을 폐기하기에 이릅니다.

그 해 12월 이라크가 후세인 대통령 궁 등 정치,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도 현장조사를 하겠다는 요구를 거절하자 UNSCOM은 이라크에서 철수했고, 이어 미국과 영국은 이를 빌미로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무시했다며 그해 12월 16일부터 4일간 바그다드와 WMD 개발비축의 의심을 받고 있던 시설물을 집중 폭격합니다.

이후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던 2002년 1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이라크를 이란 및 북한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 지목했고, 그 해 9월 부시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이라크에 WMD 즉각 폐지, 테러지원 중단, 국민억압 중지 등 5개 항을 요구하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드디어 부시 대통령은 2003년 3월20일 후세인 정권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법 정권'이라고 매도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개시, 전투기 등을 동원하여 이라크 바그다드 시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정밀폭격을 감행, 무려 8년간의 2차 이라크전쟁이 발발합니다.

그 전쟁을 한달 여 앞둔 2003년 2월, 한창 전운이 고조되고 있던 캘리포니아 남부 샌 디에고의 해병 모병연대의 신병훈련소를 다녀왔습니다. 미 국무부의 기자단 투어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는데, 아마도 각국의 미디어들에게 전쟁의 당위성이나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있었겠지요.

이틀에 걸쳐 훈련소와 화생방훈련소, 구축함 폴 존 존스호 등을 둘러 봤습니다. 당시 미 전역에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코드 오렌지'가 발동됐던 터라 경비가 삼엄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도 생생히 기억되는 그 곳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먼저 신병훈련소입니다. 모병된 장정에서 군인으로 탄생하는 '신교대'죠.

                       

입대 지원자들이 군의관의 지시에 따라 여러가지 동작을 따라하며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선서를 하는 장정들. 각종 검사와 면담을 거쳐 입대가 확정이 돼어야 비로소 군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진 바코드의 일련번호로 체크가 되는 일개 장정일 뿐이죠. 지원만 하면 다 받아 줄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입대를 지원한 젊은이들은 해병대가 요구하는 자격조건을 통과했을 경우 해병대 모병담당과 개인면담을 가진 뒤 입대절차를 밟게 됩니다.

캘리포니아주가 포함된 서부와 중부 지역의 입대과정은 샌디에이고 보충대(MEPS)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MEPS는 해병 뿐만 아니라 육, 해, 공군과 주방위군, 해양경비대 등을 지원한 신청자들의 신체검사와 소양검사, 신원조회 등을 실시한 뒤 합격자를 각 군 산하 모병연대로 보내 신병훈련을 받게 합니다. 그 전해 샌디에이고 MEPS를 거쳐간 신병은 1만 2천여 명.

이곳은 해병대의 기본 중의 기본인 수중훈련을 실시하는 실내 수영장.

화씨 80도로 물 온도를 맞춘 수영장 양쪽에 각각 60명씩, 120명이 훈련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가 물이 계속 흐르고 있는 깊이 3미터가 넘는 수영장을 3분 내로 가로질러 건너는 훈련입니다. 전투복을 입은 상태로 행해지는 수중생존훈련인셈이죠. 유격장의 '빨간 모자'가 연상돼시죠? 왜 안그렇겠습니까? 대한의 남아로 군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어쨌든 여기는 '빨간 셔츠'입니다. 눈알이 튀어 나올 듯이 눈을 부라리며 고래 고래 소리를 질러 온통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듭니다. 게다가 실내이다 보니 울리기는 어찌나 울리는지. 교관들의 고함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를 들으며 얼굴과 목만 물 밖으로 내놓고 낙오되지 않으려고 애를 써 보지만 결국 이날 3~4명의 신병들이 탈락됐습니다.

수중훈련 외에도 총기훈련, 제식훈련 등 매일 오전 4시 45분에 기상해 오후 7시 30분까지 이어지는 각종 훈련을 12주 동안 받아야 비로소 자대로 배치가 됩니다.  하지만 이들은 아마도 자대지역이 바로 이라크가 될 확률이 큽니다.

유격 훈련장.
갑자기 웬 놈이냐구요?   이래봬도 이 훈련소의 수장인 훈련소장이 애지중지하는 이 훈련소의 마스코트입니다.  대접이 웬만한 장군 못지 않습니다. ㅎㅎ
한 병사가 연병장 한 켠에서 주요 수칙을 외우고 있습니다. 옛날 생각나시는 분들 많으시겠습니다. ㅎ
들입다 훈련만 하느냐구요? 당연히 일과시간이 있고,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오락실인데, 역시 군대인지라 사격게임이 압도적입니다. 지금은 아마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게임기가 바뀌었겠지요.
안내자가 개개의 병사에게 지급되는 각종 물품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르지만, 요즘의 우리 군도 많이 달라졌겠죠?
2백 50에이커의 달하는 훈련소의 메인 스트릿입니다. 아, 그런데 거리 이름이 '코리아'. 한국전을 기념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군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의미로 새겨진 우리나라의 이름이어서 감회가 복잡합니다.
행사용으로 꾸며진 허머 차량이 눈부십니다.
마침 이날 신병들의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한껏 의젓해진 훈련병들이 연병장으로 입장하자, 수료식에 초대된 가족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냅니다.
교관으로부터 드디어 계급장을 수여받고 모자에 부착을 합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일 겝니다.
아, 드디어 그리웠던 가족과 만났습니다. 오매불망 그리웠던 애인 팔짱도 끼었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아~ㅆ 싸"
'짧은 만남 긴 이별' 아,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모두들 가족과 정든 님 손을 놓고 돌아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