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고속도로’(El Camino Real)를 따라가는 미션 여행
1492년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했으니 올해로 520년 째를 맞았다.
그의 이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아왔던 원주민이 있었고, 또 타대륙의 발견자 흔적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최초라는 명제는 차츰 색이 바래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 의해 지정된 단 10개 밖에 안되는 국경일중의 하나인 콜럼버스데이 연휴가 멀지 않았다. 원래는 10월12일이 콜럼버스 데이인데, 1970년대부터 '10월 12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로 날짜가 바뀌는 바람에 해마다 그 날짜가 달라지곤 한다.
스페인왕의 후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지만 원래 이태리인이었던 까닭에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였지만, ‘탐험과 개척의 선구자’에서‘잔혹한 침략자’로 시각이 바뀌는 바람에 이제는 떳떳하게 내세울 형편이 못되는 국경일이 되고 말았다. 어쨌건 그의 이후로 시작된 미대륙의 식민지화가 가속화되고 그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이곳 저곳에 그 유산들을 남겼다.
‘왕의 고속도로’로 일컬어지는 엘 카미노 레알(El Camino Real)은 그 중 캘리포니아에 남아 있는 최대의 유산이다. LA 의 101번 프리웨이 뿐만 아니라, 주로 해안도로 곳곳에서 ‘El Camino Real’이라는 팻말을 붙이고 서 있는 녹슨 종을 보셨는가.
이 녹슨 종들은 1683년부터 1834년까지 당시 멕시코와 캘리포니아 일대를 다스렸던 스페인의 종교적 전초기지로 세웠던 미션(Mission)과 요새(Presidios), 원주민 부락들(Pueblos)을 연결하였던 ‘왕의 고속도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샌 디에고부터 샌 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21개의 미션들의 초기 목적은 당연히 이곳 원주민들을 종교적으로 교화시켜 ‘신 스페인’의 시민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와중에 피할 수 없었던 양측의 충돌로 학살과 약탈의 역사가 빚어지게 된다. 복구와 보존으로 지금은 미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중의 하나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적지로 변모했다.
초창기에는 도로의 표식을 위해 겨자씨를 뿌려 온통 노란 꽃들로 만발했던 이 길을 따라 1906년 450개의 종들이 들어섰다. 샌 디에고부터 샌 프란시스코까지의 21개 미션들은 전체 600마일의 거리에 대략 30마일의 거리를 두고 세워졌는데, 이는 말을 타고 하루 달릴 수 있는 거리를 계산한 것.
이 왕의 고속도로가 어떤 구간에서는 101번이나 5번, 72번 등 현대적인 프리웨이가 그 위를 덮었고, 어떤 구간에서는 비포장인 채로 남겨져 있다. 주정부는 사적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기도 하다.
*El Camino Real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왕의 도로'이나 그 당시 고속도로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였기에 왕의 고속도로로 바꿔 보았다. 적어도 캘리포니아에서는 엘 카미노 레알은 보통명사나 다름없다. 엘 카미노 레알 고교, 엘 카미노 페인트샵 등 이를 빌려 쓴 상호들이 흔하디 흔하다. 위에 쓴 바와 같이 초기에는 도로를 표시하기 위해 눈에 잘 띄도록 겨자씨를 뿌려 노란 꽃을 피웠는데, 어쩌면 이의 후손들이 봄이면 캘리포니아 야산 등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유채꽃이 아닐 지...
* 종에 얽힌 다른 얘기 101번 프리웨이는 원래의 엘 카미노 레알을 상당부분 좇아서 건설이 됐는데, 1902년 'LA 여성 클럽'에 의해 원래의 트레일에 표시를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1906 카미노 레알 협회가 설립이 된다. 그 해 '성 프란치스코의 지팡이'로 명명된 양치기용 지팡이에 1마일마다 종을 달기로 해서 450개를 달았다.
그동안 도둑의 손길을 타서 한 때 120개로 줄기도 했다고. 지금은 기둥과 지반을 콘크리트로 하는 등의 보강을 거쳐 도난이 줄었다. 종의 제작사인 캘리포니아 벨 컴퍼니에서는 개인용으로 판매도 하고 있다.
샌 디에고에서부터 샌 프란시스코에 이르는 구간에 세워진 미션들(출처, 인터넷)
LA 101번 프리웨이가 지나는 웨스턴 애비뉴 근처에 있는 종
우리 동네(샌퍼낸도 밸리)에 있는 샌 퍼낸도 미션 불러바드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닿게 되는 미션 중의 하나, 바로 샌퍼낸도 미션이다. 1797년에 세워진 것으로 'Rey de Espana'-스페인 왕 이란 부제도 적혀 있다. 캘리포니아인들에겐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인지라 공립 초등학교 과정 중에는 '미션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어서 21개의 미션 중에서 그 모형을 만들거나, 직접 찾아가서 방문기를 사진과 함께 제출하는 것이다.
긴 회랑(Corridor)이 멋지다.
당시 지어진 대부분의 미션들이 이와 흡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오른쪽 주 건물에는 예배당과 캄파닐레(Campanile)라고 부르는 종탑-이 캄파닐레는 이후 UC계를 비롯 여러 캘리포니아 대학들에서도 목격(?)된다. 버클리, 스탠포드, 샌타 바버러 대학 등지에 들어서 있고, 왼쪽 긴 건물에는 아래 보실 각종 작업장, 도서관들이 있다. 당시 수도원은 미사용으로 만들어질 포도주를 위해 뒤쪽으로 포도원을 가진 곳도 많다. 묘지 또한 주요 부속물의 하나로 성직자들이 묻혀 있다.
당시 미션은 종교적인 임무외에도 이방인들의 침입을 막아내는 요새, 자급자족의 농장 등 다양한 역할을 했다. 미션 안에는 그 당시 철공소, 말 안장 등을 만드는 피혁제작소, 옷감을 짜는 공방 등을 보존, 전시하고 있다.
기념품점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몇 달러 정도.
당시 치료소 역할을 했던 곳인듯 하다.
당시 수도사나 주교의 복식과 사용했던 물건들도 볼 수 있다.
지금도 본당에서는 미사뿐만 아니라 결혼, 세례 등의 의식이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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