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4

운해? 파도치는 바다?

지리산 운해가 생각나신다구요? 그러실만 하지만 파도가 쉴 새없이 갯바위를 때려대는 LA 북쪽 벤투라 카운티 해변의 풍경입니다. 겨울 해질녘이구요. 그냥 일반적으로 찍으면 파도가 바위를 때려대는 풍경이 되겠지요. 그래서는 그냥 보통의 밋밋한 사진이 되고 맙니다. 어쨌든 어떻게 파도는 보이지 않고 안개만이 갯바위를 맴도느냐구요? 일단 파도가 정지된 상태가 아닌 제 나름의 궤적을 남기게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출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튼튼한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프레임을 구성한 다음 15초에서 시작해서 시간을 늘려 갑니다. 당연히 파도의 빠르기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렇게 되면 파도는 정지된 상태가 아닌 그 시간동안 드나든 흔적으로만 남습니다. 물론, 적정노출이 따라야 하겠지요. 그렇게만 하면 되겠지만, 바위가..

포토 에세이 2020.09.18

리오 그란데강의 코요테

어느 해 10월 하순, 막 겨울이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서둘러 퇴근하여 저녁 식탁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긴장했던지 밥알이 입 안에서 굴러다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밤중에 혼자 먼길을 떠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것도 이틀이나 걸려야 도착할 먼 길을, 그것도 머나먼 이국땅에서 말입니다. ​목적지는 뉴멕시코주의 소도시 소코로(Socorro). 이 곳 캘리포니아에서 아리조나주를 거쳐 뉴멕시코의 남단까지 가야 합니다. 물론, 중간에서 하룻밤을 묵어야지요. 어쨌든 3박 4일의 출장취재였는데, 취재시간을 늘이려 전날 저녁을 기해 출발을 한 것입니다. 그곳에는 북미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손 꼽히는 보스케 델 아파티 국립 야생조수 보호구역(Bosque del Apache National Wildlife Refuge)가..

포토 에세이 2020.09.18

'잡초'라 부르지 마라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아내와 걷곤 하던 동네 언덕 너머로 잡초가 꽃을 피웠다. 보송보송한 솜털이 역광에 은빛으로 빛난다. 그들은 잡초가 아니었다. 세상 어는 것이 그렇지 않겠느냐만 그들 또한 조물주의 걸작이었다. ***잡초라 불렀지만 엄연히 공식 이름이 있는 캘리포니아 야생화다. 촘촘한 솜털이 가득하대서 Bristly Fiddleneck, 피들 은 바이올린을 일컫는 말, 다시 말하자면 '솜털 가득한 바이올린 모가지 꽃'.

포토 에세이 2020.09.18

'집콕'...마당의 재발견

처음엔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주지사의 행정명령 'Stay Home'이 발동되자, 동네 마켓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쌀은 진열대에서 사라지고 없었죠. 헛웃음을 날리던 저와 아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통조림과 라면류들이 속속 사라지고, 급기야는 화장지가 사라졌습니다. 마치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것처럼,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처럼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2온스(50ml)짜리 손세정제를 사느라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타겟(Target, 일종의 중급 백화점)에서 나흘 동안 헛걸음을 한 뒤 겨우 한개씩 사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욕심을 내서 인근의 월마트(Walmart) 매장을 얼마나 헤맸는지요. 마스크는 공업용도 구할 수 없어서 한동안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

포토 에세이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