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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사냥길에 동행하다 2

간혹 리더가 입에다 손가락을 대며 귀를 기울인다. 이제는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인듯 사냥개 소리가 지척에서 들린다. 그러나 산넘고 물건너라고 했던가, 깊은 계곡이 가로 막는다. 계곡을 가로 질러 비탈을 기어오르니 갑자기 바로 눈앞에 사냥개와 곰이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사냥개에게 한나절이나 쫓기다가 마지막 도피처라고 택한 것이 나무 위,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곰은 쭉 뻗은 나무를 20여 미터나 올라가 있다. 사냥개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지녔다는 영국산 개(Red tick blue tick) 다섯 마리와 가이드 두 명이 나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두 마리는 나무 밑둥에 앞발을 걸치고 계속 위를 보고 짖고, 세마리는 주변을 오가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사수가 리더의 지시에 따라..

LA에 산다 2020.09.19

곰 사냥길에 동행하다 1

아침 저녁으로 소슬바람이 목덜미를 선득하게 하는 가을입니다. 가을하면 여러 가지가 떠 오를테지만 저는 문든 오래 전 다녀왔던 곰 사냥이 생각나는군요. 어떤 분들은 동물 사냥이 잔인하다고 그러실테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법으로 보장된 시민의 권리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법 Fish and Game Code Section 1801에 이렇게 명시돼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야생동물의 선의의 이용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야생동물의 환경적인 가치와 그들 고유의 종을 보존하기 위해 -미적이고 교육적이며 비영리적인 이용을 위해 -스포츠 사냥을 포함, 다양한 취미생활의 유지하기 위해 ***지금부터 보실 내용 중의 어떤 사진들은 보기에 따라선 불편하실 수 있으니, 돌아 나가시면 되겠습니다. 컹- 컹- 컹. 사냥개 짖..

LA에 산다 2020.09.19

LA 최장수 건물에 가다

어도비(Adobe) 는 현대 문명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하는 사진작가나 문서작성자들에게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가히 만능의 도구다. 바로 어도비시스템 (Adobe Systems)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포토샵(Photoshop)과 PDF 리더라는 소프트 웨어다. 과연 그것뿐일까. 현대 문명의 이기로 다시 태어난 어도비는 원래 진흙벽돌 또는 그 건축물을 뜻하는 옛 무어인의 언어다. 이 어도비는 미국의 건축문화, 나아가서는 문명을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 중의 하나로 보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LA 다운타운의 올베라 스트리트(Olvera Street)의 중심에 아빌라 어도비(Avila Adobe)가 있다. 국가사적지와 캘리포니아 랜드마크로 지정된 아빌라 어도비를 찾아 본다..

스페인의 자취...'왕의 고속도로'

-‘왕의 고속도로’(El Camino Real)를 따라가는 미션 여행 1492년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했으니 올해로 520년 째를 맞았다. 그의 이전에 이미 오래 전부터 이곳에 살아왔던 원주민이 있었고, 또 타대륙의 발견자 흔적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최초라는 명제는 차츰 색이 바래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 의해 지정된 단 10개 밖에 안되는 국경일중의 하나인 콜럼버스데이 연휴가 멀지 않았다. 원래는 10월12일이 콜럼버스 데이인데, 1970년대부터 '10월 12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로 날짜가 바뀌는 바람에 해마다 그 날짜가 달라지곤 한다. 스페인왕의 후원을 받아 항해에 나섰지만 원래 이태리인이었던 까닭에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은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였지만, ‘탐험과 개..

캘리포니아의 만년 빙하를 가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 팰리세이드 빙하(Palisade Glacier) 급경사 협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만년 빙하 아래 옥색 호수가 눈부시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모습(오른쪽 아래)이 작게 보인다. 답이 뻔한 질문 하나. 캘리포니아에 만년 빙하(Glacier)가 있을까? 답은 ‘예스’. 하지만 과연 만년 여름이 연상되는 해변과 오렌지의 땅 캘리포니아 그 어디에 빙하가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터. LA에서 북쪽으로 네 시간이면 가 닿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은 아직도 여름이 한창이다. 395번 국도 오른쪽으로는 데쓰 밸리가 폭염 속에 잠겨 있고, 왼쪽으로는 1만 4000피트급의 화강암 첨봉들이 한여름 햇빛을 되쏘고 있다. 10개가 넘는 이 첨봉들은 어느 한 곳도 쉽사리 등정을 허락하지 않는 준..

911 테러...그 날 그 하늘에서

올해로 19년이 지났습니다. ​전대미문의 9.11 테러. 그 즈음에 저는 한국의 기자로서 LA 다저스 박찬호 선수의 세인트 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경기를 취재하러 미국에 장기출장을 와 있었습니다. 대략 3주 정도의 일정이었는데, 일단 9월 8일 인천공항을 떠나서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도착, 국내선으로 미주리주의 세인트 루이스에 도착했습니다. ​이튿날(한국 시각으로는 10일) 일찌감치 앤하이저 부시 스타디움에 도착해서 기자 크리덴셜을 받았습니다. 그날 역시 박찬호 선수는 선발로 나오기로 됐기에 사진기자 박스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300mm와 600mm 렌즈로 중무장(?)을 하고 신나고 즐겁게 취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더니, 2회 쯤에 소나기가 퍼붓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중단..

LA에 산다 2020.09.18

운해? 파도치는 바다?

지리산 운해가 생각나신다구요? 그러실만 하지만 파도가 쉴 새없이 갯바위를 때려대는 LA 북쪽 벤투라 카운티 해변의 풍경입니다. 겨울 해질녘이구요. 그냥 일반적으로 찍으면 파도가 바위를 때려대는 풍경이 되겠지요. 그래서는 그냥 보통의 밋밋한 사진이 되고 맙니다. 어쨌든 어떻게 파도는 보이지 않고 안개만이 갯바위를 맴도느냐구요? 일단 파도가 정지된 상태가 아닌 제 나름의 궤적을 남기게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출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튼튼한 삼각대가 필요합니다. 프레임을 구성한 다음 15초에서 시작해서 시간을 늘려 갑니다. 당연히 파도의 빠르기에 따라 다르겠지요. 그렇게 되면 파도는 정지된 상태가 아닌 그 시간동안 드나든 흔적으로만 남습니다. 물론, 적정노출이 따라야 하겠지요. 그렇게만 하면 되겠지만, 바위가..

포토 에세이 2020.09.18

바하 캘리포니아(멕시코)로 달린다 5

'태평양의 신데렐라' 엔세나다를 둘러 본 뒤 '바다분수'로 유명한 라 부파도라(La Bufadora)로 향한다. 대략 20여 마일 정도. 길가엔 수박 등을 파는 프룻 스탠드가 간간히 서 있다. 라 부파도라에 이르니 코코넛, 피클 등을 담은듯한 병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띈다. 필리핀 '푸에르토 아줄'(푸른 항구)의 어느 곳과 흡사하다. 유료 주차장에다 주차를 하고 입구에서. 이런 풍경이 거의 1km 이상 이어진다. 엔세나다 최대의 동일 상권인듯 싶다. 실망만 안겨 준 라 부파도라. 모두들 눈이 빠져라 쳐다 보지만 겨우 5분 간격으로 요모양의 분수를 뿜어준다. 안내책자에서는 무려 20여 미터 이상의 높이로 뿜어져 흠뻑 옷을 적신다는데, 계절의 차이인지, 지구 온난화의 후폭풍인지, 조수간만의 차이인지, 운이..

중남미...여긴? 2020.09.18

바하 캘리포니아(멕시코)로 달린다 4

드디어 엔세나다에 도착했다. 물론, 전날 오후에 오긴 했었지만, 방 구하느라 시내를 온통 뒤진 덕에 구면이다. 샌 디에고에서 78마일(125km, 멕시코는 Km를 쓴다) 남쪽에 위치한 바하 캘리포니아반도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다. 현지인들은 'La Cenicienta del Pacifico'라고 부른다는데, 직역하면 '태평양의 신데렐라' 되시겠다. 캘리포니아인들의 주말 파티장소로, 크루즈선의 기항지로 각광받고 있다. 와인산지로도 제법 유명하다. 날씨는 연중 강수량이 11인치(280mm) 정도이고, 지중해성 기후를 닮아 편안하다. 트리니다드 피크 중턱 도로에서 바라본 엔세나다 항의 전경. 가운데 초대형 멕시코 국기가 바라보인다. 오른쪽 끝 부두로는 주말이면 크루즈선이 정박한다. 밤에는 야경도 멋지겠다. 유명..

중남미...여긴? 2020.09.18

바하 캘리포니아(멕시코)로 달린다 3

첫날 엔세나다에서 묵을 작정으로 길을 나섰는데, 엔세나다 도중에 샌디에고랑 몇 군데를 들르다 엔세나다에 도착한 시각이 금요일 오후 5시경, 슬슬 마음이 바빠진다. 그러나, 둘러 보니 여기저기 호텔이며 모텔이 눈에 띄는 데다 저마다 'Vacancy' 사인을 번쩍이고 있어서 한편으론 마음이 놓인다. 이후 우리 가족은 하룻밤 등 누일 자리를 찾느라 밤 11시까지 엔세나다 시내 전역(?)을 비롯해서 남쪽으로 20마일, 다시 티화나 방향으로 40마일을 되짚어 오게 된다. '방 있음'이란 표지는 아예 처음부터 간판에 그려진 것이고, 190페소부터 3~400페소까지 써 놓은 가격표는 온통 거짓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 어디가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되는 관광지의 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중남미...여긴? 2020.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