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집콕'...마당의 재발견

beegee1 2020. 9. 18. 05:42

처음엔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주지사의 행정명령 'Stay Home'이 발동되자, 동네 마켓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쌀은 진열대에서 사라지고 없었죠. 헛웃음을 날리던 저와 아내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통조림과 라면류들이 속속 사라지고, 급기야는 화장지가 사라졌습니다. 마치 외계인의 침공을 받은 것처럼, 세계대전이 벌어진 것처럼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2온스(50ml)짜리 손세정제를 사느라 새벽부터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타겟(Target, 일종의 중급 백화점)에서 나흘 동안 헛걸음을 한 뒤 겨우 한개씩 사고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습니다. 욕심을 내서 인근의 월마트(Walmart) 매장을 얼마나 헤맸는지요. 마스크는 공업용도 구할 수 없어서 한동안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다녔습니다.

아니, 아예 다니질 않았습니다. 마주치는 서로는 멀리서부터 길을 피하거나, 눈길을 외면하고 지나가길 비켜서서 기다렸습니다. 낮모르는 사람에게도 '하이'를 건네곤 하던 미국이 달라졌습니다. 서로는 서로를 보균자 보듯 외면을 했습니다. 평생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던 터라, 곧 이런 상황이 끝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눈은 항상 확진자 숫자에 꽂혀 있었죠.

곧 끝나리라 믿었던 이 사태는 거의 1년이 돼 갑니다. 황망하던 중에도 마당에는 새싹이 나고, 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짬을 못내서 미뤄 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갑니다. 창틀에 몰딩(Moulding, 덧대는 창틀)도 붙이고, 거실 커피 테이블도 만들었죠.

마당에 핀 꽃들을 매크로 렌즈(Macro Lens)로 들여다 봅니다. 거기다 튜브(Tube)를 덧대니, 배율이 더 커집니다. 언뜻 보면 틀별할 것도 없는 마당의 잡초들이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은 듯 근사한 피사체로 거듭납니다. 제 뒷마당으로 여러분들을 모시겠습니다. 언젠가는 이 사태가 끝나겠지요. "Stay Safe..."

경황없는 날들을 보내느라, 잔디 깎는 걸 미뤘더니, 꽃대를 올렸습니다.

겨우 3cm나 될까한 조그만 민들에 꽃송이도 크기를 키웠더니...

이 역시 잔디꽃.

난초의 일종.

열무밭에 들락거리던 하얀나비가 잎사귀 뒤쪽에다 알을 붙여 놓더니, 이놈이 애벌레로. 실제 크기야 4cm 남짓이지만, 키워 놓으니 외계 생물체처럼 보이는 군요.

흔히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은 잡초로 부릅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잡' 초라 부를 순 없습니다. 제 나름의 존재 가치와 이름이 있을 테지요. 잡지, 잡초, 잡음...

잔디 잎사귀에 아침 이슬이 내려 앉았습니다. 그 너머로 '잡초'가 꽃을 피웠네요. ㅎ

돈나물이죠. 꽃이 피기 전에 뜯어서 데쳐 나물로 해주셨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제 마당에서 나름 귀하게 대접받는 스타 재스민(Star Jasmine)입니다. 꽃 모양이 별 모양이래서 이런 이름이 붙었겠지요. 향이 아주 근사합니다.

*** 카메라는 Canon 5D MK IV에다 100mm F2,8 Macro, 그리고 50mm Macro에다 Extention Tube 1,2,3호를 썼습니다.

'포토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해? 파도치는 바다?  (0) 2020.09.18
리오 그란데강의 코요테  (0) 2020.09.18
'잡초'라 부르지 마라  (0) 2020.09.18